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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재(서울신학대10)

음악과 예술을 좋아하는 학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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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일까.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모진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한 그때가 언제쯤일까. 나는 흔히들 한다는 수련회 조장을 해본 적이 없다. 대부분 찬양팀 역할을 맡았고, 마지막 학기쯤 찾아왔던 조장의 기회도 일정 관리 실패로 날려버렸다. 나는 열등감이 심했다. 대학 시절, 후배들이 분투하며 소그룹을 세워가는 동안 나는 학기 내내 그들과 내가 맡은 소그룹을 비교했다. ‘나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이 물음은 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질문이었다.

EAGC를 처음 접했던 때는 2019년, 일본이었다. 처음이라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했다. 그래도 회사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익혔던 영어 실력이 있어서, 아시아 곳곳에서 참석한 사람들과 그나마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었다. 국제 대회라는 기대감과 들뜬 마음 뒤에는 아무래도 국제 정세로 인한 묘한 불편함도 있었다. 당시 일본과 한국 사이에는 날카로운 긴장이 감돌았다. 나는 EAGC를 참여하면서 ‘아주 작은 갈등이라도 있으면 안 될 텐데’하고 염려했다. 대부분의 KGK(일본 IFES) 분들은 예상보다 점잖았다. 대다수가 날카로운 국제 정세 속에서도 믿음으로 선택한 양심을 지키고 있었다. 이 지점이 나에게 큰 인사이트를 주었다. 당시에는 멤버로 참여했는데, 소그룹을 배정받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거나 나라마다 처한 상황과 메시지를 듣고 공유하는 시간이 너무나도 인상 깊었다. 각 나라와 백성 방언이 하나님 안에서 하나가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뒤로 6년이 흘렀다. 2025년이 되어 필리핀에서 다시 EAGC가 열렸다. 그때의 좋았던 기억들이 있어서 공고가 나오자마자 바로 신청했는데, 특별히 이번에는 소그룹 리더로 신청했다. 무언가에 끌리는 듯한 자원이었다. 영어로 소통하는 건 이제 별로 불편하지 않았다. 멤버들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마치는 순간까지 난 정말 최선을 다했다. 항상 스스로 질문했던 ‘나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이번 EAGC에서 확인한 것 같다.

(EAGC 소그룹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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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고 서로의 모국어가 달라서 영어를 통해 마음을 나누고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마냥 쉽지는 않았다. 소그룹을 이끌기 위해 가이드북을 계속해서 확인했고,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미니 게임을 진행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구나.’ ‘나는 사랑받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구나.’ 35년의 긴 세월을 지나, ‘받기만 하는 사람’에서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한 것 같았다. 마무리하는 시간에 나는 모국어인 한국어를 사용해서 소그룹 멤버들 한 명 한 명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했다. EAGC는 잠깐이었지만, 이 순간을 통해 하나님 나라가 더 넓어지기를, 멤버 한 명 한 명의 상황 속에 하나님이 함께하시기를 기도했다.

20대 시절, 매일 같이 마음이 무너져 내리고 스스로를 의심하고 자책하던 날들. 항시 나를 괴롭히던 상황 속에서 가졌던 나의 질문. ‘나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이제 그 답을 얻었다. 이번 EAGC 버스킹 시간에 장구를 연주했는데, 이제야 나는 그러한 박수와 환호를 의심하지 않고 받아낼 수 있게 되었다.

(장구 버스킹을 하는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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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낀 바를 한 가지 더 추가하고 싶다. 모두에게는 적절한 때가 있는 듯하다. 어린아이와 같던 신앙이 장성한 분량에 오르기까지, 그 시간은 모두에게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말이지 주님의 섭리는 오늘도 역사하고 계시다. :so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