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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종(서강대02)

18년 차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곧 두 아이의 아빠가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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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세대의 이야기: 땅을 사십시오

"여러분, 땅을 사십시오. 땅은 배신하지 않습니다!"

2012년 IVF 전국 학사수련회에서 한 노년의 선배가 외친 말입니다. 전체 나눔 순서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나중에 전해 듣기로는) 사전 리허설에는 없었던 우발적인 메시지였다고 합니다.

사실 IVF에서만 들었던 메시지는 아닙니다. 이런 종류의 ‘투자하라’는 메시지는 우리 선배 세대의 경험이 집약된 말이기도 하죠.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하다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되면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그 집의 가격이 올라 어느새 안정적인 노후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그런 공식이 실제로 작동했던 세대의 이야기 말입니다.

생각해 보면 참 씁쓸합니다. 선배 세대는 가난하게 시작했지만 성실하게 저축하고 자산을 사면 노후를 꾸릴 수 있었습니다. 그 경험이 축적되어 “땅을 사십시오”라는 조언이 되었을 것이고요. 하지만 후배 세대에게 조언대로 따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출발선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청년 세대가 투자할 자본을 모으는 사이에 자산은 껑충껑충 뛰어 손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주거, 점점 어려워진다

그리스도인은 이 땅을 나그네로 살아간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이 땅에 머무는 동안 거처는 필요합니다.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라고 생각합니다. 새도 알을 낳기 전에 둥지를 찾고 만듭니다. 부모에게서 독립하기 위해, 아이를 낳고 기르기 위해 우리는 모두 안정적인 주거 공간이 필요합니다.

혼자 독립했을 때나 결혼해서 둘이서 살 때나 아이를 기를 때 필요한 면적과 주거형태, 입지는 달라집니다. 각각의 단계에 맞는 주거를 지불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청년 독립, 신혼부부, 저소득층을 위한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주택은 필수재이면서 투자처이기도 합니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인프라가 집중되어 환경이 좋은, 한정된 대단지 아파트로 수요가 몰립니다. 빌라나 오피스텔 등 다른 주거 형태도 있으나, 미래에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 구매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빌라 전세는 위험한 면도 있어서 계약 자체를 하기도 더 어려워졌습니다. 아파트로만 수요가 몰립니다. 인플레이션의 시대에 이렇게 수요가 몰려 치솟는 가격을 노동 소득으로는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수요가 적은 주거 형태를 선택하자니, 당장은 괜찮겠지만 몇 십년 뒤가 걱정됩니다. 수요가 없어 거래도 잘 일어나지 않고 가격도 제자리 걸음이라 아파트에 들어간 사람과의 격차는 점점 커질 것 같습니다.

개인의 이야기: 저의 기도

저는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며 열심히 월급을 모았습니다. 공동체 하우스의 형태로 살고 싶었는데, 부모님을 설득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결국 제가 돈을 모아 월세 보증금을 만든 후에야 독립을 선언하고 부모님 집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나와 보니 월세는 적잖은 지출이었습니다. 제가 주도해서 공동체로 살고자 사람들을 모은 데다가 재정 관리의 편의성도 있어서, 보증금은 제가 전부 부담하기로 결심했어요. 저는 다시 2년간 꾸준히 돈을 모았고, 비록 반지하지만 추가로 대출을 받아 전세로 전환하고서야 공동체 하우스를 안정적으로 꾸릴 수 있었습니다. 생각하는 대로 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돈이 있어야 하고, 필요한 돈을 모아야 하더라고요.

이후 10년간 저는 쭉 공동체 하우스에서 살았습니다. 코로나 시기도, 인플레이션과 아파트 대세 상승기도 그곳에서 경험했습니다. 저도 뒤쳐지지 않기 위해 작은 집이라도 사야 하는 게 아닌지 몇 번이나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공동체 하우스에 묶여 있는 전세 보증금을 빼지 않고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걸 빼면 우리 공동체 하우스도 닫아야 했거든요. 새로 집을 매매하면 전세보다 입지와 조건이 나빠질 수밖에 없어, 그때처럼 여럿이 함께 사는 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저는 기도하며 저의 두려움과 욕망을 하나님께 말씀드렸고, 결국 매매를 포기했습니다. 마지막에는 제가 가진 두려움을 정리하면서, “지금은 이 반지하로 충분하지만 나만 뒤쳐지는 것 같아 무섭다”고, “언젠가 결혼하고 아이를 키울 때 자산 가격이 너무 올라 좋지 않은 환경에 머물게 될까봐 두렵다”고 하나님께 말씀드렸습니다. 그 시기가 되면 더 나은 집이 필요하다고 말이죠. 그리고 “제가 필요할 때에 적당한 집을 구할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저는 은혜로 결혼을 했고, 반지하에서 나와 신혼집을 구했으며, 아내가 2025년 11월에 쌍둥이를 임신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임신을 확인한 뒤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들과 함께 있는 새로운 미래를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을 생각하니 앞으로의 이사가 걱정되었습니다. 유아들을 데리고 이사하는 일 자체도 어렵겠지만, 아이가 자라는 동안 자주 이사를 하면 교우관계에도 좋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우리 부부에게는 이제 안정적인 주거가 필요해졌습니다.

마침 새해가 되자마자 집주인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집을 전세로 계약할 당시 집주인은 곧 자녀에게 집을 증여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증여가 잘 되지 않아 매매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겁니다. 요즘 들어 부쩍 아내와 자산이나 부동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우리가 집을 사도 되겠다”고 했는데, 마침 집주인이 집을 팔기 원했던 것이죠. 그렇게 살고 있던 집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니 공동체 하우스에서 드렸던 그 기도가 떠오르더라고요. “필요할 때에 적당한 집을 구할 수 있게 해 주세요”라는 그 기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