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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수(고려대94)

달리면서 기도하고 싶은 마라토너. 트랙이 있는 체육공원 옆 고양시 중산 마을에서 아내, 딸, 아들과 살고 있습니다. ‘캠퍼스와 세상 속의 하나님 나라 운동’에 중독되어 25년째 간사로 일하는 중입니다. 학사사역부 총무 2년차로 학사사역 새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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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여행

학사사역부 총무의 역할을 시작하면서 '학사님들을 직접 만나러 다녀야겠다'는 마음을 가장 먼저 떠올렸습니다. 가능하면 다양한 연령과 전문성을 가진 분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고, 그 만남에서 얻은 생각과 통찰들을 SNS에 올리고 있습니다. "학사운동은 OOO이다"의 빈칸을 하나씩 채워가는 것이죠. 학사운동의 의미를 제 관념이나 경험에 가두지 않고, 만남으로 얻은 통찰을 중심으로 넓게 울타리를 치고 싶었습니다.

최근에는 결혼 20주년을 맞아 북미 서부 로드트립을 다녀왔습니다. 아내의 건강 회복과 자녀들의 새로운 경험이라는 의미도 꾹꾹 담아, 그랜드캐니언에서 밴쿠버까지 고속도로를 종횡으로 누볐습니다. 이 여행 중에도 여러 학사님들을 만났습니다. 머무는 도시마다 학사님들의 극진한 환대를 받았는데, 그 만남을 통해 제 생각과 지평이 또 한층 넓어졌습니다.

학사운동은 여행이다

학사운동은 여행입니다. 일상을 살아내는 분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기꺼이 찾아가는 수고가 필요합니다. 그분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그 삶 속에서 하나님의 일하심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알려면 그분들의 삶 가까이로 들어가야 합니다. 온라인 대화도 유용하지만,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눈을 맞추고 자연스러운 몸짓을 나누는 대화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자연스러움과 진지함과 섬세함이 공존하는 공간은 깊은 관계로 나아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LA에서 전한나 학사님을 만났습니다. 엄밀히는 미국IVF 학사님이신데, 미국IVF의 파송을 받아 중국에서 사역하다가 한국에서도 1년간 외국인 유학생 사역을 감당했고, 이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박사 공부와 대학원생·교수 사역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비가 세차게 내리던 LA 시내의 라멘집에서 식사를 함께하고,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을 거닐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어떻게 공부와 사역을 병행했는지 들을 수 있었는데, 간간이 통화나 메신저로 접했던 소식과는 또 달랐습니다. 직접 만나서 들으니 수없이 내렸던 크고 작은 결정들과 그 사이사이의 과정이 훨씬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새삼 그분이 더욱 존경스럽고 자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멀리 계신 학사님을 만나는 방법은 결국 여행밖에 답이 없습니다. 삶의 경계 안으로 들어가면 그분들의 일상이 훨씬 입체적으로 드러납니다. 평가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분들의 삶을 느끼고 감탄하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이 여정은 사역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모든 학사들이 서로에게 다가가기 위해 여행을 하고, 삶의 다채로움을 경험하며 응원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물들고 엮여 갑니다. 여행은 단순히 좋은 경치를 구경하는 일이 아닙니다. 서로가 지닌 삶의 풍경을 온몸으로 느끼는 과정입니다. 학사회가 진정한 운동이 되려면 이런 여행이 더욱 많아져야 할 것 같습니다.

학사운동은 환대다

학사운동은 환대입니다. 학사님들을 만나러 여행을 다녀보니 비로소 실감했습니다. 그분들이 얼마나 환대하기를 원하는지, 그 환대가 얼마나 상상을 뛰어넘는지를 말입니다. 국내에서 학사님들을 만날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지만, 해외에 계신 분들을 찾아갔을 때의 깊이는 한층 더했습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이라며 안방을 내어주신 분, 한국 음식을 제대로 대접하고 싶다며 샤브샤브용 전골 냄비를 새로 장만하신 분, 하루를 통째로 비워 시내 여행 안내를 자처하신 분, 여행 중에 피곤하지 말라며 비타민과 침향환을 바리바리 챙겨주신 분, 감기 기운이 있다는 말에 집에 있는 약과 비강 세척기를 내어주신 분, 달리기를 하고 싶다니까 코스를 알아보고 함께 뛰어주신 분까지. 모두 섬기고 환대하기 위해 힘껏 최선을 다하시더군요. 무엇보다 시간을 내어주고 대화를 나눠주신 분들의 사랑과 진심이 제게 와닿았습니다.

여행을 통해 학사님들을 만나면서, 저는 환대하는 법과 그 마음가짐을 배웠습니다. 손님이 가장 편안하고 안전하고 행복한 기억을 안고 돌아가기를 바라는 그 마음이 오래도록 인상에 남습니다. 여러 도시를 거쳤지만, 도시의 랜드마크는 건물이나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저희를 따뜻하게 맞아주셨던 그분들이 바로 그 도시의 상징이었습니다. 환대는 글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알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학사들이 서로를 환대하는 일, 거창한 운동 목표나 이념이 아니라 상대를 그 존재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일상으로 초대하는 일, 그리고 그 환대를 배우고 실천해 나가는 일, 그것이 학사운동 아닐까요.

학사운동은 공유다

학사운동은 공유입니다. 특별히, 고유한 삶에서 길어 올린 통찰의 공유를 말하고 싶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인생 역정을 들으면, 그 지역과 사회에서만 빚어지는 고유한 정보와 통찰이 있습니다. 요즘은 AI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만,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정보와 한 사람이 삶의 맥락 속에서 오랫동안 숙고하고 검증한 통찰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통찰은 나에게 깊이 새겨져야 비로소 통찰로 기능합니다. 온라인에 떠도는 정보는 수많은 것 중 하나일 뿐입니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자연스럽게 떠오를 만큼 깊이 녹아들어야 진정한 통찰이 됩니다.

이번 여행에서 그런 통찰을 참 많이 배웠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 상담하는 자세, 돈을 다루는 방식, 경제와 외교를 바라보는 시각, 무엇보다 일상과 하나님 나라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이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저는 학생을 상담할 때 가능한 한 오랜 시간에 걸쳐 깊은 감정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편입니다. 어떤 날은 3시간이 넘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방법만이 능사가 아님을 배웠습니다. 상담의 진정한 목표는 그 사람이 스스로를 주도적으로 관리하며 능동적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것인데, 자칫 저의 방식이 상대를 '나에게 의존하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내 사람'이 아니라 '예수님의 사람'이 되도록 돕는 것, 이런 통찰을 학사님들과의 만남 속에서 배웠습니다.

그분들의 집에 머물며 편하게 웃으며 대화하다 보니, 모임의 자리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던 한 분 한 분의 이야기와 통찰이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불쑥 흘러나왔습니다. 서로 만나 이야기 속에 담긴 통찰을 나누고 배우고 다시 나누는 것, 그 끊임없는 순환이 학사운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