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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인하대05)
지구를 생각하며 기도하고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부입니다. 졸업 후 2013년에 강원도 최북단 화천으로 귀농하여, 같은 지부 07학번 한송이 학사와 5살 푸름이 8살 보름이와 함께 13년째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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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님 가족 사진
귀농 귀촌을 결심하다
졸업 후 1년 동안 백수로 지내며, 인하대 정석도서관 3층에서 하루 종일 자기소개서를 썼습니다. 도서관에서 계속 읽고 싶은 책을 읽다 보니, 어느 날 문득 ‘내가 가야 할 곳은 농촌이고 나에게 맞는 일은 농사’임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대학생 때 농활을 많이 다녔습니다. IVF사회부 농활에 참석한 적도 있고, 농사일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인하대 99학번 유재찬 학사를 소개받아 화천으로 귀농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부모님도 반대하셨고 당시 연인이었던 한송이 학사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 혼자 적응할 수 있을지 두려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추운 겨울을 두 번 보내고 2년이 지난 뒤에는 부모님마저 이곳으로 귀촌하셨습니다. 현재는 시골 생활에 만족하며 재밌게 살고 계십니다.
처음에는 1000평 정도에 친환경 벼농사를 지으며 ‘화천두레영농조합’이라는 곳에서 근무했습니다. 벼농사로만은 먹고 살기가 힘들기에 대부분의 농부가 보통 투잡, 많으면 쓰리잡을 갖고 있습니다. 저도 투잡을 뛰며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래도 도시만큼 일이 많지는 않습니다. 2022년부터는 가천대 이미정 학사와 이상혁 학사 가정이 춘천으로 내려오면서 함께 친환경 토마토 농사를 지었습니다. 현재 하우스 1200평에 농약을 쓰지 않고 완숙 토마토를 키우며 ‘두레생협’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학사님이 일구는 토마토 밭 사진
생태적 삶과 하나님 나라
흙에서 태어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인간이 흙을 만지며 사는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흙을 만지고 씨를 뿌리고 몸을 쓰며 일하면 뭔가 힐링이 되는 기분입니다. 잘 자라는 식물을 보며 기뻐하고, 열매를 수확하여 맛보며 기뻐합니다. 반대로 식물이 죽거나 열매가 잘 맺히지 않으면 슬픕니다.
아무 생각 없이 몸을 쓰는 일은 힐링이 됩니다. 육체는 조금 힘들지만, 정신과 마음은 힘들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묵상하기도 쉽습니다. 같은 작업을 수천 번 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요로 찬양을 들으며 일을 합니다. 축복송을 들으며 토마토들을 축복해 주기도 하고 (그래서 올해 토마토 농사가 잘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육아로 지친 마음을 토마토들이 치유해 주는 일도 많습니다(웃음).
저는 앉아서 하는 기도만이 기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노동을 하면서 혹은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면서도 기도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노동과 운동을 하면서, 묵상했던 내용을 행동합니다. 기도하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묵상하는 자리가 농사 아닐까 생각합니다.
농사를 지어 보면, 해가 없는 캄캄한 밤에는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자연의 리듬에 따라 해가 뜨면 일을 하고 해가 지면 잠을 잡니다. 가을, 겨울에 해가 점점 짧아지면 자연스럽게 출근 시간이 늦어집니다. 7, 8월엔 오전 6시에 일을 시작하고 9월엔 6시 반, 10월엔 7시에 출근하다가 11월부터는 추워서 일을 쉽니다. 추운 겨울엔 집에서 살림을 하고 책을 읽고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합니다. 다가올 봄을 위해 에너지를 저장해 놓습니다. 자연스럽게 자연의 흐름에 따라 살게 됩니다. 내가 마치 나무가 된 기분도 듭니다.
이렇게 하나님을 찾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자라나는 새싹과 꽃과 열매를 보면 저절로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도시에서 교회에 다닐 때 11월 추수감사절이 그냥 감사하는 주일 하루였다면, 농촌의 추수감사절은 진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삶을 감사하는 시간입니다.

교회에서 드린 추수감사절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