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i211_1312_인간의기본권과상식적인가치에대한교양을키워야할때.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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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가톨릭대05)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입시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의 활동가이며, 녹색당 당원이다. 고등학교 동기들보다 3년 늦은 05학번으로, 아동학과 사회복지학을 복수전공 하였지만 주로 IVF 위주의 대학생활을 했다. 정치와 사회문제에 관심 많은, 사람과 현장을 좋아하는 그런 활동가로 살고자 한다. 이 글은 기획 주제에 관한 의견을 셀프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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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을 전공하셨다는데, 솔직히 믿기지 않는데요?
나도 잘 믿기지 않는다. 이따금 그 시절이 떠오르면 혼자 깜짝깜짝 놀란다. 이과생이었던 내가 갑자기 사회복지 쪽으로 진로를 바꾸려 하다 생긴 사고(?)였다. 어려서부터 남성 중심적인 문화 속에서 자라온 나에게 아동학과는 졸업 후 장교로 복무한 해병대보다 더 힘든 광야 같은 곳이었다. 그나마 IVF에 아동학과 동기 두 명이 있었기에 간신히 졸업할 수 있었다.
그랬군요. 고생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 글을 왜 셀프인터뷰 형식으로 작성했는지 말씀해주세요.
IVF 공동체 안에서 서로 다른 정치적 지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의 경험에 대해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는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나의 경험과 생각을 정리하자니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졌다. 또 글을 쓰다 보니 이야기가 자꾸 삼천포로 빠져서 그냥 엎어버렸다. 그래서 주제에만 집중하고자 선택한 형식이다. 사실 누가 찾아와서 인터뷰할 만한 사람은 아닌데 혼자 이러고 있으니 참 민망하다.
다른 학사들이 어떻게 볼지 모르겠네요. (웃음)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공동체 내에서 정치적 지향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이 있나요?
****그런 경험은 계속 있었다. 군복무 때 그리고 이전 교회 교우들과 어릴 적 친구들 사이에서도 많았다. 정치적 지향이 다른 그들과의 대화나 소통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 정치적 지향이라는 것은 어쩌면 세계관과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논리나 상황 인식의 준거 틀이 전혀 다른 데 어떻게 대화가 통할 수가 있겠나. 실제로 반기독인들과 한국교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보다 정치적 지향이 다른 이들과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어려웠다. 군 생활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군대는 기본적으로 우(右)편향적인 정서가 있다. 그런 분위기에서는 군과 관의 정책에 반하는 의견이 있어도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 함부로 그랬다가는 ‘종북세력’으로 오인 받을 위험이 있다. 그래도 나는 굳이 MB정부와 새누리당 욕을 열번 하기 위해 민주당 욕을 먼저 백번 했다. 우리나라 제1야당이 욕먹을 짓을 많이 해놓아서 크게 어려울 건 없었다.
또 계속해서 연락하고 지내는 어릴 적 친구들 중에는 뉴라이트 출신인 현 국사편찬위원장과 역사관이 비슷한 친구도 있다. 그 친구와는 되도록 정치와 역사에 대한 이야기는 피하려고 서로가 조심한다. 많은 시간 대화를 해봤지만 서로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정치 얘기를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볍게 서로 비꼬듯 얘기하는 정도에 그친다.
그런 친구들을 지금도 만나고 있고 학과보다 군생활이 편했다고도 했는데, 대화가 되지 않는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갈 수 있었나요?
****한편으로는 그런 갈등을 회피한 측면이 있긴 하다. 하지 만 나의 정치적 입장보다는 몸담고 있는 조직 안에서의 관 계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나와 견해가 다른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이 있겠나? 나와 맞는 사람들과만 지내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나의 정치적 지향을 위해서라도 나와 지향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도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 관계에서는 정치와 관련된 것이라 할지라도 서로의 차이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 기려 했고,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상대방에게 집중하며 만나왔다. 그리고 초면이 아닌 이미 형성된 관계 안에서는 마음먹기에 따라 서로를 배려하는 선에서 큰 어려움 없이 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 또 그런 관계일수록 내가 더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려 했다. 그래서인지 군대를 비롯한 여러 관계에서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나름의 캐릭터로 잘 지내온 것 같다.
물론 다른 지향을 갖고 있고 서로의 입장에 적대적이기 까지한 사람을 초면에 만난다면 굉장히 부담스럽고 불 편할수 있다. 그러나 나의 입장이 우선인지 관계가 우선인지를 생각한다면, 쉽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차이와 한계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선택하고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면 IVF나 현재 출석하는 교회에서는 그런 갈등이 없었나요?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거의 없었다. IVF 안에서는 오히려 나의 강한 행동주의적 성향에 인지주의적 성향이 강한 이들이나 아니면 아예 정치사회 문제에 무관심해 보이는 이들이 불편했고 그로 인한 갈등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