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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석(숭실대98)

전 IVF 간사로, 20년간 남서울, 경기남 지방회와 사회부, 학사사역부(수도권학사회)를 섬겼습니다. 사임 후 현재는 작은 지역 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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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부터 ‘편향된 정치 교회 생존기’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생존하지 못하고 출(出) 교회를 하였기에 그저 ‘체험기’라는 표현이 맞겠다. 처음 부임한 순간부터 사임하고 나오기까지의 여정을 짧게 기록하며, 그 과정에서의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A 교회의 부목사로 부임하다

“목사님의 정치 성향은 어떻게 되십니까?”

작년 11월, A 교회 면접 자리에서 담임목사가 질문했다.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면접에서 대놓고 정치 성향을 물어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황한 기색을 애써 숨기며 조심스레 되물었다.

“그건 왜 물으시죠? 교회에 정치 성향이 문제가 될 만한 상황이 있나요?”

“제가 설교 중에 종종 정치 이야기를 언급하는데, 입장이 달라 교회를 떠난 성도들이 있었습니다. 허허허. 저는 그리스도인이 정치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대 앞에서 교회가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도 과거에 잠시나마 사회참여와 관련된 사역을 했기에 문장 자체에는 공감했다. 다만 그분이 말하는 ‘목소리’가 내가 이해한 참여와는 정반대 방향임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이후에도 당황스러울 만한 몇 가지 질문과 대답이 오고 갔지만 면접은 대체로 화기애애하고 무난한 분위기로 마무리되었고, 그렇게 나는 연고 없는 낯선 교회에서 교구와 청년부 사역을 시작했다.

12*·*3 비상계엄이 선포되다

2024년 12월 3일. 부임하고 3일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당일이 특별 새벽기도 주간이라 일찍 잠에 들었기에 나는 새벽이 되어서야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아내는 두려움과 걱정 속에서 밤을 꼬박 세었고 아침에서야 잠에 들었다고 한다.

계엄사태 초반에는 담임목사도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며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주중 예배와 주일 예배 설교를 통해 정치적 본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2*·*3 비상계엄에 대한 평가를 요약하면, ‘반국가 공산주의 세력인 민주당의 폭거에 대항하여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비상계엄이라는 어쩔 수 없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행사했다’는 입장이었다. 급기야 신앙의 이름으로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교회가 적극적으로 대통령을 지지하며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정치적으로 어느 편을 지지하거나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 편이라고 강변했고, 말씀을 기준으로 살피고 기독교 세계관의 관점으로 분별하여 말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그러나 설교에서 대놓고 표현한 언어들은 참 경악스러웠다. ‘민주당’은 공산주의이자 간첩 세력이고 ‘국민의힘’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정당이라며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지지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민주당’과 ‘이재명’을 지지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건전한 신앙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지지할 수 있겠나. 이는 신앙이 없는 인본주의적 행태”라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이재명과 민주당은 사탄의 세력이며 마귀가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설교였다. 듣도 보도 못한 뉴스도 소개했는데, 직접 검색하고 알아보면 대부분 극우세력이 퍼뜨리는 가짜 뉴스였다. 적반하장으로 ”그리스도인들이 매체 이해 능력을 키워야 한다. 미디어에 끌려다니지 말고, 올바로 분별하라”고 강조하면서, “MBC는 종북세력 방송이고, CBS도 이제는 좌파에 넘어갔으니 그런 방송사는 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멘붕을 넘어 사명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