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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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중앙대90)
언제 학사회장직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학사회장 8년차. 늦깎이 결혼으로 10살 아이를 키우는 50대 아빠.
(편집자 주: 지난 <소리> 편집위원으로도 활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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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복간을 축하합니다!
IVF 학사 사역에서 소식지의 역할은 언제나 중요했습니다. IVF 초기, 선배 학사들이 세상에 배출된 이후 학사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으며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바로 ‘학사회보’의 발행입니다. 졸업 이후에 각자의 삶터와 일터로 흩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계속 우리의 정신과 신앙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방법으로 ‘소식지를 통한 연결’을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학사회보’가 잡지의 형식을 빌어 발행되면서 우리에게 친숙한 <소리>라는 형태로 변화했습니다.
<소리>가 나아온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발행 과정에서 필요한 사람을 모집하지 못하거나 비용 마련과 같은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히는 등의 이유로 1980년대에 한 번, 2000년대에 한 번 정간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2023년에 있었던 가장 최근의 정간까지 포함하면 <소리>는 약 20년에 한 번꼴로 정간과 복간을 반복해 온 셈입니다.
세월이 흐르며 IVF에는 역사가 쌓였고, 그에 따라 거시적으로 볼 수 있는 관점들도 생겨났습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반복된 정간과 복간을 보면서 우리는 <소리>가 IVF와 시대 속에서 변화한 부분과 변화하지 않은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20년을 주기로 세대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초기 학사회보 시절에는 모든 내용을 필사로 작업하여 ‘마스터 인쇄’로 발행했습니다. 이후 PC를 활용해 편집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전체 페이지수를 늘리고 더욱 다양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편집과 인쇄를 위한 비용 또한 증가하게 되었는데, IVF가 성장일로에 있던 시기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현재와 같이 규모가 축소되고 준비된 자원을 잘 아끼며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아졌습니다. 아울러 독자들도 문서화되고 문자화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이미지, 영상 등 다른 방식의 정보 전달을 더 편하게 생각하는 방향으로 변화한 부분도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볼 때 학사회보 <소리>는 정간과 복간을 반복하며 각 시대에서 요구하는 바를 습득하고 변화해 온 것이 아닌지 긍정적으로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더 중요하게 보아야 할 부분은 변화하지 않은 부분입니다. 첫 번째로 <소리>는 언제나 학사들의 손으로 만들어져 왔습니다. <소리>를 발간하기 위해서는 편집위원이 필요합니다. 편집위원들은 매호 발간 때마다 어떤 글이 필요할지 편집회의를 진행하고, 발간 이후에는 돌아보면서 앞으로 어떤 글을 준비할지를 다시 고민합니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다 보면 다양한 학사들의 글을 접하게 되는데, 자신 뿐 아니라 다른 학사들이 삶의 영역에서 어떻게 고군분투하며 살아가시는지 살펴보고 고민할 수 있습니다. 학사의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어렴풋한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지요. 이 글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요, 초대 학사회장인 전재중 이사님도 82년도에 학사회보 복간을 통해서 학사회와 인연을 맺게 되었고, 그로 인해 학사회 일에 뛰어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 또한 2003년도 <소리> 복간과 함께 편집위원 활동을 시작하면서 IVF 학사로서의 삶을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학사회와 연결되어 왔습니다.
변화하지 않은 부분이 또 있습니다. 우리 공동체가 <소리>를 통해 연결될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저는 정기적으로 모이는 편집회의를 통해 다른 편집위원들과 교제하면서, 졸업 후에도 ‘IVFer로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고민하며 학사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었습니다. 독자분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직접 알고 있는 학사님이든, 알지 못하는 학사님이든 <소리>를 통해 같은 생각을 가지고 다양한 삶을 고민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 ‘내 생각과 방향이 다르지 않구나’, ‘현시대를 살고 있는 IVF 학사들이 다 나와 같은 고민을 이어가는구나’하는 느낌을 받으실 것입니다. 혼자 떨어져 있는 학사가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모두가 연결된 학사로서의 동질감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굳이 어떤 활동을 하지 않아도, 모여서 <소리>를 읽고 우리의 생각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정신은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마치며, 2003년 복간호에 실렸던 당시의 전재중 학사회장님(서울대79)의 글 일부를 요즘에 맞게 수정하여 인용해 봅니다.